디지털 전환 실패의 Catch-22에서 벗어나기
조셉 헬러(Joseph Heller)의 동명 소설에서 유래한 'Catch-22'는 서로 모순되는 규칙들 때문에 더 이상의 진전이 불가능한 진퇴양난의 상황을 뜻합니다.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려는 대학교 총장이라면 이러한 막막한 상황이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단편화된 인프라 문제가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할 변화까지 가로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혼란스러운 악몽에서 벗어날 탈출구는 과연 없는 걸까요? 방법은 있습니다. 계속 읽어보시죠.
고등교육의 재정의
고등교육계는 지금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대학은 정부 재정 지원 감소, 등록률 하락, 새로운 기술 도입의 어려움 등 다각적인 압박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려의 이면에는 결국, 현대 사회에서 학계가 차지하는 위상은 무엇이며, 교육과 연구 성과가 세상에 얼마나 실질적인 기여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한 거대한 담론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복잡한 상황에는 조율된 대응이 필요합니다. 이에 따라 많은 대학 기관들이 재정 수입원의 다변화, 산학 협력을 통한 커리큘럼 혁신, 연구 성과의 사회적 가치 증명 등을 통해 고등교육의 고유한 가치 제안을 새롭게 정의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더욱 유연한 학습 환경을 조성하고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공고히 하며, 디지털 전환(DX) 프로그램을 전면 추진함으로써 이 모든 구조적 변화를 견고하게 지탱할 미래형 인프라를 구축해 가고 있습니다.
흔히 디지털 전환을 단순히 디지털 기술을 통합하는 과정 정도로 여기곤 합니다. 그러나 전통적인 학술적 정의opens in new tab/window에서 디지털 전환은 훨씬 더 심오한 개념입니다. 즉, “새로운 교육 및 운영 모델을 가능하게 하고 기관의 비즈니스 모델, 전략적 방향성, 가치 제안을 변화시키는 문화, 인력, 기술 전반의 깊고 유기적인 변화”를 의미합니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대학의 위상을 재정립하려는 수많은 학계 리더들이 디지털 전환을 기술적·문화적 차원의 조직 변화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포부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엘스비어의 '2024 학술 혁신 설문조사(Academic Transformation Survey)'에 참여한 학술 리더의 84%가 효과적인 디지털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지만, 순조롭게 진전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48%에 그쳤습니다.
디지털 전환의 장벽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대학의 디지털 전환이 도중에 좌초되는 데에는 보통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가장 자주 언급되는 요인 중 하나는 변화에 대한 문화적 저항입니다. 교수진과 교직원들은 기존의 교육 방식이나 행정적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는 기술 도입에 주저할 때가 있습니다. 최근의 한 연구opens in new tab/window는 이러한 우려가 “[직원들이] 압도감을 느끼고, 기술과 고용 안정성에 불안을 느끼며, 양질의 고등교육의 본질을 둘러싼 이념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내부의 거부감을 단순히 관성으로 치부하기 쉽지만, 일부 구성원들은 정반대의 문제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다른 환경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나치게 높은 기대치를 갖게 되면서 새로운 기술 도입이 늦어지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조직적 저항과 맞물려 있는 것이 바로 전략적 리더십의 부재입니다. 도입 과정이 단편적으로 진행되거나, 고위 학계 인사가 이러한 변화를 이끌 실무 경험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일각에서는 대학의 합의형 관리 문화opens in new tab/window가 디지털 전환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강력한 하향식 지시 권한과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지적합니다. 또 다른 비평가opens in new tab/window들은 많은 대학의 조직적 복잡성, 즉 매트릭스형, 분권형, 분산형 조직 모델이 결합된 구조가 어떤 결정적인 변화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다고 말합니다. 결국 디지털 전환이란 전략, 기술, 재정적 과제는 물론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나 컴플라이언스 문제 관리와 같은 실행상의 장애물까지 모두 극복해야 하는 복합적인 비즈니스이기 때문입니다. 지속적인 재정 투자 부족이나 우수한 IT 인력의 영입 및 유지의 어려움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주요 원인입니다. 그리고 이는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이자, 어쩌면 가장 명백한 장애물인 낙후되고 파편화된 인프라 문제로 우리를 이끕니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번 강력한 Catch-22의 징후를 목격하게 됩니다. 대학들은 기존 인프라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이 절실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기존 인프라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를 관리하며 미래를 포용하기
대학 기관들은 이 명백한 모순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까요? 일부 비평가들은 'AI 전환'이 디지털 전환을 대체했다opens in new tab/window고 주장하며 이 질문 자체를 회피해 버립니다. 그러나 최근 대학가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AI 도입 사례가 보여주듯, 디지털 전환은 여전히 AI 전환을 위한 필수 전제 조건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신기술들이 거대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만능 해결책은 아닙니다. 아무리 정교한 AI라도 양질의 데이터로 지속적인 학습을 거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실무적인 관점에서 보면, 대학 기관은 AI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에 앞서 레거시 콘텐츠, 즉 연구 성과물, 데이터세트, 소프트웨어, 시청각 기록물, 이미지, 내·외부 연구비 지원 프로젝트 기록 등을 유기적인 형태로 통합하는 작업이 시급합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대학이 자신들의 '과거'를 관리하지 못한다면 '미래'로 나아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많은 대학이 이를 수행할 디지털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공개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다른 데이터셋은 고사하고, 자신들이 보유한 콘텐츠 자산과 기록의 결합된 시너지조차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학들은 파편화된 시스템, 문서화되지 않은 프로세스를 빈번하게 겪고 있으며, 핵심 인력에 대한 과도한 의존성 리스크나 규정의 부재 및 불일치와 같은 조직적 문제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학의 IT 팀들은 마치 강력 접착테이프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듯한 분절된 레거시(노후) 기술 프레임워크와 씨름하고 있습니다. 이는 임시방편으로 고안된 해결책이나 스프레드시트, 공용 편지함, 오프라인 추적기 같은 이른바 '섀도우 시스템(Shadow Systems)'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업무량과 비용, 리스크를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보고 및 규정 준수(컴플라이언스) 측면에서 치명적인 사각지대를 만들어낼 위험이 있습니다.
한편 데이터 자체의 측면에서도 정보가 여러 위치에 격리되어 있는 탓에 서로 호환되지 않는 문제가 자주 발생합니다. 이는 불필요한 데이터 중복으로 이어져 서로 다른 시스템이 동일한 질문에 각기 다른 답변을 내놓는 결과를 초래하거나, 반대로 데이터가 아예 누락되거나 부정확해지는 문제를 낳기도 합니다. 최소한의 데이터 통합(Centralization)조차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충돌과 오류, 누락을 해결하기는커녕 발견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성공적인 리포팅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특히 연구라는 핵심 영역에서 기관의 성과와 영향력을 심각하게 왜곡하여 보여주게 됩니다. 통상적으로 연구 팀들이 실제보다 덜 생산적이고 덜 효과적인 것처럼 비치게 만드는 것입니다. 대학의 평판을 높이고 사회에 미친 긍정적 영향력—즉, 막대한 정부 지원금에 대한 확실한 투자 수익률(ROI)—을 증명하고자 하는 대학의 입장에서는 이것이야말로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대학 IT 인프라에서의 연구 워크플로우
대학 IT 인프라 안에서 연구 활동을 수용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일입니다. 다루어야 하는 연구 사례와 데이터 유형의 범위가 매우 넓은 데다, 외부 공개 및 협업과 내부 관리, 보안, 지원 간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도전적인 대학들은 IT 전문가들이 말하는 '하이브리드 인프라 모델'을 구축하고자 노력합니다. 이는 자체 데이터 센터나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예: Azure, Amazon Web Services)와 결합하고, 대개 사용자가 직접 사용하는 플랫폼이나 인터페이스를 함께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사용 가능한 리소스에 따라 대학은 기관리포지터리와 참고문헌 관리 도구, 프로젝트 관리 도구 같은 외부 도구를 보완하여 연구 데이터를 관리, 홍보, 추적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매우 까다로우며, IT 역량뿐만 아니라 교육, 고객 서비스, 변화 관리와 같은 인접 영역에도 상당한 장기적 투자가 필요합니다.
대학이 자체 연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따르는 투자 규모와 연구 사업의 복잡성, 글로벌 규정 준수의 시급성, 가중되는 사이버 보안 위협 등을 감안할 때, 많은 대학은 자체 개발 대신 목적에 맞게 설계된 연구 정보 관리 시스템, 즉 RIMS를 도입하는 길을 선택합니다. Current Research Information System(CRIS)이라고도 불리는 RIMS는, 연구기관이 연구 라이프사이클을 중앙 집중화하여 관리하고 외부에 공개하는 데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입니다. 논문 출판물, 연구비, 학술 활동에 대한 데이터를 통합하고 효율화함으로써, 우수한 RIMS는 기존의 수동 프로세스에서 통합 디지털 생태계로 전환하는 데 직접적인 기여를 합니다. 나아가 이러한 시스템은 디지털 전환의 문화적 측면까지 지원할 수 있다는 근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픈 액세스, 투명성, 중립성, 개인정보 보호와 같은 전통적인 도서관 가치와 성과 및 평가에 초점을 맞춘 관리적 관점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역할opens in new tab/window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RIMS가 동일하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각 솔루션의 기능은 크게 다를 수 있으며, 구축 비용과 복잡성 또한 천차만별입니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의 관점에서 볼 때 가장 큰 과제는 RIMS가 대학의 기존 IT 인프라와 성공적으로 통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시스템 수준의 호환성은 문화적 저항을 줄이고 시스템을 쉽게 도입하도록 지원하며, 잠재적 사이버공격의 경로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이를 통해 RIMS는 서로 분산되어 있던 데이터 소스들을 하나로 연결하고 정렬하는 '중앙 허브'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게 됩니다. 이는 행정 효율성을 높이고, 전략적 의사결정을 뒷받침하며, 연구 성과의 보고와 가시성을 극대화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이처럼 연결성이 강화되어 조직의 성과가 전반적으로 향상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디지털 전환의 핵심입니다.